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1063 호 19페이지기사 입력 2024년 07월 11일 (목) 09:33

[독자투고] 율하천에 물들다

문다성(율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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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율하천

남편이 40여 년간 살던 지역이 너무 지겹다며 우리 네 식구를 데리고 작년 이맘때 김해 율하로 이사를 왔다. 창원, 마산, 김해를 돌아보며 연고지도 없던 김해에 정착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바로 아파트 옆에 율하천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 위 무더운 아지랑이가 피어 유모차 한 대도 밀 수 없던 지역에서 쌍둥이 육아를 했던 우리는 너무 지쳐있었지만 김해 율하로 이사 온 이후로 매일매일 산책을 하며 율하천에 물들기 시작했다.

내가 어릴 적 시골에서나 본 듯한 맑은 물이 흐르고 그 안에 물고기들이 힘차게 헤엄을 친다. 그런 생명을 잡겠다고 발 벗고 나서는 5살 쌍둥이들이 그저 사랑스럽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하고 낮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이 계절에 쌍둥이들은 유치원을 마치면 꼭 율하천으로 뛰어간다. 뜨거운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 보다 시원한 하천물이 그저 좋은가 보다.

 여름이 지나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다시 여름! 율하천의 여름은 생동감이 넘친다. 카페거리까지 쭉 이어지는 하천은 큰 다리 밑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가족들의 모습, 애견을 동반하여 산책하는 사람들, 데이트를 즐기다가 더위를 식히러 잠시 카페에 들리는 연인들, 하천에 물고기들과 함께 놀다가 가끔 날아오는 철새를 반기는 어린이들, 이런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는 어르신들,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우린 율하천이 흐르는 대로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기로 했다. 강물이 흐르고 계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습을 바꾸는 율하천처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연과 함께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오늘도 율하천으로 걸어간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이미 율하천에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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