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1065 호 27페이지기사 입력 2024년 08월 01일 (목) 09:41

[독자투고] 배려심 넘치는 어느 김해시민

유병양(김해시)

부부끼리 같은 모임을 하는 회원 중에 아주머니 한 분은 모 행정기관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십니다. 이분이 가끔씩 일터에서의 고충을 얘기해 주시는데 마음이 좀 짠~ 합니다.

남자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남자 분이 불쑥 들어오면 서로 어색해져 이분은(여성이니까) 얼른 잠깐 화장실 밖에 나가있다 들어오곤 한다는군요. 이렇게 처음에 이런 일이 난감해 어려움이 많았다네요.

또 온종일 여기저기 치우고 나면 일이 힘들고, 집에 오면 팔과 다리가 아파 파김치가 되어 온몸이 쑤셔서 “청소일을 계속해야 하나” 회의감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으니까 참고 일을 한답니다.

그런데 한번은 그 건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조카뻘 되는 공무원 한 명이 화장실에 들어와 밝게 인사를 하면서 “자주 뵙는데 장소가 화장실이다 보니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지나쳤습니다. 목마르시죠?”라며 음료수를 권하더랍니다.

더 놀라운 일은 이 분이 음료수를 아예 두 개를 가져와 하나씩 나눠 마시며 짧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는 점입니다. 즉 음료수를 건네기만 하면 미화원 아줌마가 쑥스러워 할 것 같아 두 개를 준비해 들고 와서 뻘쭘함을 없애 줬다는 것이죠.

그 순간 아줌마는 “나를 인간적으로, 인격적으로 생각해 주시는구나. 그래, 나도 이왕 하는 거 기분 좋게 일하자”는 마음이 들더랍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니 여유도 생기고, 또 일하면서 직원 분들과 흉허물 없이 인사도 트고, 그러다 보니 동료 아줌마들과도 서로 잘 챙겨주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기 일에 대한 회의감과 스스로의 실망도 있었고, 그래서 하루하루 사는 게 버겁고 힘들었는데 이 직원분의 따스한 말 한마디와 음료수 한 캔이 아줌마의 힘든 마음을 하루아침에 바꿔 준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건 홀로가 아니라 공동체고, 가까이에는 따스한 이웃이 있습니다. 김해시민들 모두 함께 서로를 인정해 주고 이해하며 늘 배려하는 말과 인사, 그런 마음을 전하며 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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