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커서 면역이 떨어지는 요즘 나는 친정엄마가 해 주시는 추어탕이 생각난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우리 가족들은 시골 친정에 들러 어머니가 직접 끓여주는 추어탕을 먹는다. 식당이나 음식점 어딜 가서 먹어봐도 어머니의 추어탕이 최고다. 친정 가기 일주일 전 미리 어머니께 연락을 해 놓으면 동네 사람에게 발품을 팔아 미꾸라지를 구매하신다. 흐르는 물가에서 직접 잡은 미꾸라지를 사기가 쉽지 않다고 하신다. 예전에는 양어를 하거나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는데 지금은 본인들이 끓여 먹기 위해 팔지 않는다고 한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머니가 추어탕을 끓이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 정성이 엄청남을 알게 되었다.
먼저 미꾸라지를 호박잎에 문대어 숨을 죽인다. 팔딱거리던 미꾸라지들이 금세 힘을 못 쓰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꾸라지를 약간 삶아 체에 대고 뼈를 추려낸다. 다시 솥에 넣고 끓이는데 들어가는 국거리가 여간 귀찮은것이 아니다. 부추를 깨끗이 가려 씻어 넣고 시래기와 질금, 무순, 방아, 박나물을 넣으며 푸르고 붉은 고추, 마늘, 들깨도 듬뿍 썰어 넣는다. 그리고 된장을 넣고 서너 시간 동안 푹 삶아 끓여 내면 걸쭉한 추어탕이 된다.
어머니는 엄청난 양의 땀을 뻘뻘 흘리며 당신의 자식과 손자들을 먹이기 위해 힘듦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각자의 취향과 구미에 맞게 땡초와 마늘, 고추를 썰어 양념장도 준비하신다. 드디어 국 사발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추어탕을 퍼 담아 주면 탁 쏘는 산초가루와 매콤한 땡초 고추를 팍팍 넣는다. 밑반찬으로는 시원한 냉장고 김치와 깍두기만 있으면 그만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먹은, 추어탕은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 소화도 잘된다. 한 그릇 뚝딱은 필수요, 두 그릇은 기본이다.
어떤 사람들은 보양식으로 보신탕과 삼계탕을 으뜸으로 치지만 우리 가족들은 단연 친정어머니가 직접 끓여 주는 추어탕이 일등 보양식으로 친다.
이제 우리 친정어머니는 연세가 많아 며느리나 딸들이 이 비법을 잘 배웠으면 생각하신다. 나는 과연 우리가 어머니의 추어탕 끓이는 정성과 맛을 따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쌀쌀해지는 오후 어머니의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순간이다. 어머니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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