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우주왕복선도 부럽지 않다.. 네 가지 달맛

작성일
2007-09-24 11:39:23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4597
전화번호 :
-

한가위 보름달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달은 동네 뒷동산에서 떠오르든 도시 빌딩숲에서 태어나든 숨 막히게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추석날 밤, 보름달을 보면 3년 무병장수한다고 했다. 송편을 먹으면서 집안 창문을 통해서도 달을 볼 수 있지만 야외로 나가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만월을 구경하는 것이 한결 낫지 않을까. 산도 좋고 호수도 좋고 고갯길이라도 무슨 상관이랴. 이번 주 위크앤조이는 오랜 귀성길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보름달이 아름다운 달맞이 명소를 소개한다.
  

철마 홍연 저수지 

부산 기장군 철마면사무소 인근 농협사거리에서 정관신도시 방면으로 방향을 잡아 3㎞ 가량을 달리다 보면 왼쪽 편으로 조그마한 호수를 볼 수 있다. '홍연'이라 불리는 낚시터다. 저수지는 작지만 주변 경관이 빼어나 영화 '사생결단'의 촬영지로도 이름나 있다. 

이곳에서는 달 두개를 한꺼번에 보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우선 하늘에 뜬 달이 하나요, 저수지에 비친 달이 또 하나다. 두 개의 달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달맞이 포인트는 문연정과 홍연정 두 곳이 좋다. 

포장도로에서 홍연정 입간판을 따라 비포장 샛길로 빠져, 벚꽃 나무가 도열해 있는 산길을 따라 2~3분만 올라가면 퇴락한 정자와 마주치게 된다. 문연정이다. 백운산 줄기에 안긴 듯 자리 잡은 문연정은 눈 밑으로 홍연 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거문산 줄기, 왼쪽으로는 아홉산 줄기가 멀리 장산까지 내리 달린다. 풍수지리상으로도 이만한 명당이 없다. 배산임수, 좌청룡 우백호의 요건을 갖춘 형국이다. 

문연정 옆으로 아담한 식당이 있다. 홍연정이라 불리는데, 문연정 바로 옆에 터를 잡아 역시 명당이다. 식당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으면, 이끼가 두껍게 낀 처마자락 너머로 달이 그대로 보인다. 바로 옆 홍연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도 그대로 들린다. 명당이기 때문일까. 문연정, 홍연정 어디든 한 번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일어서기가 싫다. 그대로 눌러 앉아 있고 싶은 심정이다. 달은 오후 7시쯤에나 볼 수 있다. 왼편의 아홉산 자락을 딛고 떠오른 달은 오후 9시가 되면 저수지 정중앙에서 걸린다. 


영도 함지골 사자정 

부산 사람치고 영도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모두들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모르고 지나치는 곳도 많다. 함지골 칠오공원과 사자정이 그 중 하나다. 함지골 목장원을 조금 지나 동삼동 반도보라 아파트 아래에 500여 평 규모로 아담하고 단정하게 만들어진 이 공원에는 2층 정자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정자 입구에는 돌사자 2마리가 지키고 섰는데, 그래서인지 정자의 이름도 사자정이다. 

사자정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해지는 모습과 달 떠오르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함지골이 원래 해지는 동네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저녁이면 서쪽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볼 수 있다. 늦은 저녁 사자정에 올라서면 암남공원 너머로 해가 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나 싶을 즈음 왼쪽 편으로 이미 달이 떠올라 있다. 촘촘하게 지어진 아파트 숲을 뚫고 올라온 달은, 중리산을 휘돌아 태종대를 스쳐 마침내 바다 위로 휘영청 솟아오른다. 달빛은 이내 잔잔한 파도에 실려 부서져 밀려온다. '아'하는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올 만큼 비경이다. 칠오공원에서 달만 보고 가기엔 뭔가 허전하다면 절영산책로를 걸어보자. 사자정 바로 아래 절벽에는 산책로가 매달린 듯 펼쳐져 있다. 산책로는 영선동의 반도보라 아파트까지 이어져 있는데, 눈앞을 가득 채우는 풍경은 수평선과 지평선의 혼연일체 그 자체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도 절영 해안로 산책의 묘미다. 


김해천문대 

사실적으로 달구경하기에 천문대만한 곳이 없다. 천문대라는 곳이 별을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보니, 달구경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기 때문이다. 

경남 김해시로 접어 들어 동쪽산을 바라보면 마치 알을 품은 듯 한 모습의 신기한 건물이 산꼭대기에 보인다. 바로 이 건물이 영남 지역에서 유일한 시민천문대인 김해천문대다. 

보름달을 보기 위해서는 조그만 수고가 필요하다. 천문대 부근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지만, 천문대 한참 아래 주차장에서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그래서 천문대까지 600여m의 산책로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이 산책로는 육안으로 달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머리를 들면 직녀성이 보이고, 동북쪽에 백조자리가 보이는데 달은 별 사이를 유유자적 옮겨 다닌다. 천문대측은 별과 달 관측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명등을 켜 놓지 않는다. 그래서 손전등 준비는 필수. 

달은 육안으로도 충분히 보이지만 천문대까지 왔으면 망원경 관측을 빼놓을 수 없다. 월출이 시작되는 시간에는 보조관측실에서, 달이 하늘에 걸리는 시간에는 1, 2관측실에서 달을 관측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에는 102~125㎜ 굴절망원경이 4대 있고, 제2관측실에는 지름 60㎝의 반사 망원경이 있다. 망원경을 통해보면 달 표면의 분화구가 마치 곰보자국처럼 자세히 보인다. 

천문대서 내려다보는 김해시 야경은 보너스다. 원래 천문대는 빛 공해를 피하기 위해 도시 인근에 들어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데, 시민천문대를 지향하는 김해천문대는 예외다. 그래서 어느 곳보다 훌륭한 도시 야경을 볼 수 있다. 


금련산 전망대 

수영구와 남구, 해운대구를 한 눈에 내려다보기에 금련산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정면으로는 장산이 눈앞으로 펼쳐져 있고, 멀리 동백섬과 달맞이고개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전망 좋기로 소문이 나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금련산 전망대가 달맞이 장소로 가지는 최고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지하철 2호선 금련산역에서 KBS 방송국을 등지고 금련산 전망대까지 넓은 포장도로가 나있어 승용차로도 오를 수 있다. 땀 흘리는 수고 없이도 달맞이는 물론 부산야경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포장도로를 달리다 금련산청소년수련원을 조금 지나면 목재데크가 나오는데 이곳이 금련산 전망대다. 어둠이 깔리기를 기다려, 월출부터 월몰까지 전 과정을 정확하게 목도할 수 있는 장소다. 

금련산 전망대에서 보는 보름달은 오후 6시를 넘어 달맞이고개에서 솟아올라 오후 11시께 광안대교 위를 지나면서 가장 높이 솟구친다. 이튿날 새벽녘 달은 오륙도를 지나면서 서쪽으로 잦아든다. 

전망대 뒤편 언덕에는 벌써 억새가 지천으로 피었다. 달은 여명에 빛을 잃을 때까지 억새 위에 머문다. 그렇게 마주보고 선 억새와 달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부산의 전체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조금만 더 올라가 황령산 봉수대에 올라가면 된다. 금련산 전망대에서 산 정상을 향해 5~6분 달린 뒤 다시 걸어서 10분가량 걸린다. 봉수대에 올라가면 중구 남구 동래구 금정구 등 부산 시내의 야경 대부분을 발밑에 둘 수 있다. 보름달도 아름답지만 산 정상에서의 야경도 이에 못지않다. 은은하면서 부드러운 달빛이 자극적인 도시의 빛을 감싸 안는 듯하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이 미묘한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다. 부산일보 글=박진국기자 gook72@busanilbo.com 

사진=정대현·김경현기자 jhyun@

페이지담당 :
관광과 관광마케팅팀
전화번호 :
055-330-4441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