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포토에세이 참가작품
맨발의 황톳길(문선정)
맨발로 땅을 밟을 일이 없는 요즘 내 발은 종종 신발 안이 그리 답답한지 숨 좀 쉬자며 말을 걸어온다. 그렇다고 맨발로 다니는 게 쉽나, 발소리를 잠시 외면한 채 다니다 보면 몸속에서 소리를 악! 하고 질러온다. 그제야 난 졌다는 듯이 분성산 황톳길로 향한다.
분성산 아래에 넙덕한 반원을 그리고 있는 황톳길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또 모르는 곳이다. 하지만 한 번 걷노라면 두 번 세 번으로 끝나지 않을걸. 비탈길을 조금 오르면 금세 녹빛이 찰랑이는 햇살과 노란빛 국화, 연보랏빛 벌개미취로 둘러싸인다. 낙엽이 내려오는 길 아래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황톳길의 자락에 서게 된다. 양말을 고이 벗고 신발을 들면 그제야 내 발은 시원한 바람에 어깨를 들썩인다. 한 걸음 내디디면 차갑다가 미끈했다가 푹신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나를 푹푹 감싼다. 열 발자국 앞엔 부자가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 스무 발자국 앞에는 까르륵 웃는 학생들. 발갛게 물든 단풍을 따라 내디디면 벤치와 묵직한 황토가 잔뜩 모여있는 중심부에 다다른다. 마치 축제라도 열린 것 마냥 아이들은 황토 위를 밟고 뛰고 넘어졌다가 일어난다. 나도 모르게 바라보다 풋 웃어버린다. 그만 놀고 들어오라는 엄마의 목소리까지. 걱정이 섞인 말투지만 웃음기가 녹아있어 사랑스럽다. 길의 끝에는 먼저 온 부자가 발을 씻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잠시 기다리면 기분 좋게 웃으며 자리를 비켜준다. 날은 쌀쌀하지만 따스한 햇볕이 모두를 크게 비춰온다. 누군가의 휘파람 소리. 차가운 물에 몸은 움츠러들지만 발은 활짝 미소 짓는다.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이다.